<오! 수정> 어떻게 해야 사랑을 다 알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랑에 빠진 순간을 기억 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사랑에 빠졌던 사람들의 그 순간에 대한 기억에 대해 들어본 일이 없던 것 같다. 
다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인터뷰’라는 영화를 보면 사랑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경험들을 토대로 사랑에 대해 정의하곤 했지만 그것조차도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던지 헤어지던지 그러한 긴 과정에 대한 함축적인 이야기일 뿐이지 사랑에 빠진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얘기해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설사 기억한다 해도 그 순간을 과연 얼마나 잘 설명 할 수 있을까 ? 
내 경우는??? 흠…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 ―;; 분명히 그 순간은 있었지만 기억할 수가 없다. 왠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순간은 마치 너무나도 짧은 순간… 그러니까 수많은 우연과 의도들이 어느 순간 모아져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버리는 찰라 같은 시간인 것이다. 그 찰라의 시간에 사람이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다크아콘에게 마인드컨트롤이라도 당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그 짧은 한 순간에 대한 기억을 묘사해 내기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종종 영화를 두통이 심한 사람이 타이레놀을 먹듯이 보곤 한다. 
한동안 피폐해진 정신세계에 무언가 활력을 넣어줄 감각적 자극, 두통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켜줄 타이레놀을 찾아 헤메다 항간에 화제가 되었던 “오!수정”이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내리는 마지막날 보게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는 ‘일상’이라는 코드로 엮어냈다는 두 남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한 영화가 뭐가 그리 대단했을까….(사실 난 홍상수 감독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라는 궁금증을 안고 에어컨의 찬바람에 잔뜩 움추리고 앉아서 나는 이제 연인이 된 재훈과 수정의 기억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를 다보고 나서 주인공인 재훈과 수정의 캐릭터에 대해 사실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과장되고 비정상적인 그들이야 말로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의 그런 생각조차도 내가 갖고 있는 왜곡된 일상에 대한 기억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바로 내가 늘 꿈꾸듯 환상에 젖어있는 과거의 기억에 대해 다시 한번 “꿈깨!”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우연이다. 우연히 한 여자가 다가온다.
정말 우연히 부자이고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백수같이 지내지만 왠지 오렌지족과는 다른 듯한 그 어눌하고..바보 같은 재훈의 생활의 영역속에 조금씩 조금씩 다가 오고…재훈은 그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이었지만…재훈은 그러한 우연들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재훈은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의도된 것이었다. 똘똘하고 당차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함밖에 없고 가난하고 비이상적인 가정을 가진 수정이 재훈에게 접근한 것은 왠지 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속에 촬영 장소를 정하고…재훈의 일상의 영역속에서 배회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사랑에 빠지게 되기까지의(프로필에서는 이 과정을 서로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확신을 얻게되는 과정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기억들을 기억해 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만…결국 그들이 겪은 같은 사건들은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영화를 보고나서 참 어리둥절했다. 참 묘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과거의 것들이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며 왜곡되어 있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일들..내가 종종 묘사하곤 했던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기억하고있는 것과는 다르게 기억되고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임에도 내게 아주 특별한 충격이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사건들…특히 사람과 관계된 기억들…그 기억들을 붙잡아 보려고 기록을 남기지만 과연 그 과거의 기록조차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결국은 그 일기조차도 그때그때의 내 중심적으로 느꼈던 기억들을 모아놓은 것뿐인데…그렇게 생각을 하다보니 한없이 회의적이 된다. ㅡㅡ;;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들에 대한 회의…그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못난것인가라는 생각도 들고…왕년에 어쩌구 했다는 얘기도 다 보잘 것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기억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박카스를 한 박스쯤 먹으면 그 기분에 취해 볼 수 있을까? ㅡㅡa 가슴 간질간질한 그 느낌을 말이다… 
좋아하는 모임과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을, 게임에 빠졌던 그 순간을, 영화에 미쳤던 그 순간을, 누군가에게 빠졌던 그 순간을…좋아하는 모든 것에 빠질 수 있었던 그 순간을…다시 느껴보고 싶다. 
사실 요즘 어느 것에도 흥미를 잃고 있다.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던 잡다한 것들을 다시 좋아하고 푹 빠져서 사랑하고 싶다. 훗날 그것이 왜곡되고 과장된 기억들일뿐일지라도 그런 기억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이제야 사랑을 겨우 조금 알았다. 누가 그랬던가? 미치지 않고는 사랑 할 수 없다는… 제 정신을 갖고는 도무지…사랑할 수가 없는 것이다. 

후~ 어떻게 해야 사랑을 다 알 수 있을까? ^^;;; 
P.S 여전히 그리운 그녀,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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