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클럽> 나와 나 사이에서의 방황

이 영화평도 백만년전쯤 전에 개인블로그에 올려뒀던 것을 퍼왔습니다.
이십대의 끄트머리에서 고민하던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죠,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중년을 준비해야하는 때임에도 계속 두 자아가 끊임없이 싸우고 있고 여전히 자기주도형 삶을 살기 쉽지 않네요…이제 서울엔 이런 파이트클럽이 어디 있는지 한번 찾아가 봐야 할 나이입니다.
데이빗 핀쳐, 그는 감독이다. 꽤 멋진 감독이다. 적어도 자신의 스타일이 있고 무언가 교훈이라던가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지도 않지만 그의 머리속에서 나온것들로 보이는 많은 것을 늘 최선을 다해 필름속에 집어넣을 줄 아는 감독이다.
잭(에드워드 노튼), 파이트 클럽의 창시자중 하나이며 이 영화의 나래이터이다. 내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을까봐 계속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그는 29살을 먹은(나와 동갑? ^^; 혹은 외국 나이라고 생각하면 한두 살쯤 형이 될) 미국의 이름만대면 알만한 자동차회사의 리콜 심사관으로 일하면서 상사에게 복종 잘 하고, 일 열심히 하며, 취미는 고급가구 들여 놓기인 보통 사람이다. 딱히 여자나 섹스, 친구 관계등도 별 관심 없는 그의 최대 고민은 불면증이다. 그 불면증은 각종 환자들의 모임에 나가면서 해소되지만 가짜 환자 말라싱어를 만나면서 다시 불면증에 시달린다.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그는 완벽한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인간이다. 밤에는 극장에서 영사기를 돌리며 가족영화를 보러온 행복해 하는 가족들을 플래시 프레임을 통해 괴롭히며, 호텔에서 서빙을 보면서 고급음식에 침을 뱉어넣으며, 지방제거수술로 생긴 사람의 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어 팔기도하고, 폭탄도 만든다. 그는 잭이 동경을 할 만큼 카리스마적인 그 무엇이 있다. 그는 납득 할 만한 괴변을 늘어놓을 줄 알고 잘생긴 외모에 적절한 체격과 힘, 무엇보다도 세상의 룰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자신에게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사이비 교주같은 인물이며, 한마디로 잭의 이상형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말라싱어(헬레나 본햄 카터),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그녀는 잭과는 다른 목적, 공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각종 환자들의 모임에 나간다. 그녀는 잭과 타일러가 즐기는 싸움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파이트클럽과는 먼 거리의 별개의 인물이다. 낭만적 허무주의자이다.
나, 그냥 나다. 29살을 먹은 그러나 28살밖에 안된 한국의 이름만 대면 아무도 모를, 아는 사람만 알만한 게임회사에서 그래픽팀장을 하며 비교적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별 탈없이 잘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취미는 영화보기, 겜하기, mp3다운받기, 동아리후배 갈구기, 모자쓰고 잠자기,조카 괴롭히기, 만화책 보기, 늦잠 자기, 사람들하고 놀기, 잡지모으기, 짝사랑하기, 공상하기,여친에게 잘해주기(^^;) 등을 포함해서 498가지 정도 되며 계속 늘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부족과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인생을 어떻게 즐겁고, 재미있고, 유익하게 살 것인가라는 것이다.
데이빗핀쳐 그는 말했다. “인간은 사냥을 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지금 쇼핑을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죽일 것도 없고, 싸울 것도 없고, 극복해야 할 것도 없고, 탐구해야 할 것도 없는 이런 거세된 세상에서 태어나는 것이 오늘의 “보통사람”이다.”
잭 그도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말하셨지.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고, 깨끗한 옷을 입어야 하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좋은 집에서 잘 살라고 말이야. 난 지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으며, 누구와 싸워본일도, 누굴 때려본일도 없고, 거짓말따윈 하지 않으며,상사에게 대든적도 없으며,하지 말라는 일을 해 본적은 없어.” “그러나 이제 나는 타일러를 만나서 새로운 눈을 떴어. 그는 내가 바라던 나야. 그는 육체는 매력적이고, 그의 말에는 힘이 있어. 그와 싸우면서 난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어. 파이트클럽에서 땀비린냄새를 맡으면 난 삶의 의욕을 갖게되지.”
타일러 더든은 말했다. 이봐 잭 “자기 개발은 자위행위에 불과해. 어쩌면 자기 파괴만이 삶의 해답일수 있는거야. 오직 폭력이 자기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길이며,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지.” “너는 네가 가진것들을 버린다면 넌 몇 년을 걸려서 모은 네 그 모든 소중한 물건들을 잃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것들에 대한 책임에서도 해방된다고 할 수 있지 않아?. 잭 네가 바라는 대로 해. 그게 바로 내 의지야. 난 네가 바라는 의지라구. 네가 못하는, 네가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난 할 수 있고, 네가 변화시킬수 없는 네 삶을 난 변화 시킬 수 있어. ”
데이빗 핀쳐는 이런말도 했다 이 영화는 실제 인물이 실제로 빌딩을 폭파하고 다니는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저 내면의 혼란과 분노에 휩싸여 혹시 이런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보고 그것의 구현으로 타일러를 만들어 내는 그런 인물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연히 뒤따르는 실험과정에서 니체의 초인(ubermensch)개념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모호한 도덕적, 윤리적 과제들과 싸우게 된다. 니체는 대학교 일학년 남학생들사이에선 잘 나가는지 모르지만 30대, 40대 초반 사람들에게는 별로 해 줄 이야기가 없는 저자다. 영화 마지막의 대립도 결국은 같은 이야기다. 타일러 더든은 내가 되고 싶어하는 모든 것이지만 실제가 아니며 공감할 수도 없다. 그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야 할 법도 없고 생활에서 부딪치는 개념들을 이상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타협을 하며 살아야 하는 현대인은 그와 같을 수 없다. 현대인의 비극은 바로 그가 사는 세상이 별로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다 구현되었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 고맙지만 그대는 그저 인터넷이나 접속해 주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나도 말한다. 자기 발견, 자기 개발, 자기 변화… 삶은 생각보다 복잡한 메카니즘을 갖고 있어. 잭… 너는 사람들은 누구나 변화를 원하지만 누구도 그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했지. 결국 타일러를 통해 넌 변화를 시도하고 그를 동경했지만 어떻게 됬지? 그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이상적이었던거지. 그랬기 때문에 넌 그를 동경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러나 현실속에 있는 넌 다르지. 다시 태어나고 싶나? 그건 네 신용과 네 정보 기록의 말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거듭나는 길뿐이야. 다중인격체가 되버린 것 같은 잃어버린 네 모습에 대한 자기발견도 결국 자기 기만일 뿐이라구. 그리고 ‘너’ 아니 “너”이자 “나”, 그래 넌 이미 변화되었어. 스스로를 발견한 시점에서 너는 이미 변화 된 것이지. 그저 네 모습을 인정하고 이미 맡긴 삶을 그냥 사는거야. 반드시 나처럼 될 필요는 없어. 아니 누구처럼도 될 필요는 없다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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