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창세기 3장6절 

탕 탕….
오랜만에 영화를 본 탓일까? 일찍 갔는데두 불구하고..긴장하지 않고 있다가 후배들과 떠들다가 시간을 딱맞게 들어갔다..컴컴한 극장안을 들어가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듬더듬 내 좌석을 찾아 내려가는데 앞에 큼지막하게 성경귀절이 보였다. 그리고 하얀 그랜저XG의 트렁트 위로 총성이 두발 울린다.. 무슨 영화 일까? 궁금했다. 

이 영화를 찍기 직전 지난 초여름 변혁 감독(존칭은 생략 ^^;;)을 실제로 만났었다. 아주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지만 어째꺼나 나로선 상당히 괴로운 시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변혁 감독을 만나서 그것도 내 차로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드라이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들떴었던 기억이 있다. 또한 변혁감독의 전작인 ‘인터뷰’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또 한석규와 이은주란 배우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했다…그때까지만 해도..” 기훈은 그런 남자였다.
 

경찰대학 출신이고 서에서도 능력을 꽤나 인정받고 어느 정도 지위도 있고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예쁜 아내도 가졌고, 좋은 집과 좋은 차, 그리고 불륜에 충실한 정부 가희도 있었다. 그에겐 다~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비밀을 알게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현이 사랑해?” 라고 묻는 가희의 물음에 ” 사랑해..수현이도 나 사랑하고..” 라고 당당히 답 할 줄 알고 오히려 “나 수현이한테 불만 있어 너 만나는거 아니다. 난 너 만나면서도 수현이하테 최선을 다했어” 라고 대꾸 할 줄 아는 남자가 기훈이란 남자였다. 동시에 두 사람에게 모두 충실하려고 했던 남자, 두 여자를 사랑하려고 했던 남자… 

그게 가능할가? 젠장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게 가능한가? 만약 그럴 수있다면 단지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일 게다..결국 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잃을 때가 올 테니까 말이다. “악몽은 오래 기억된다.” 정말 아무 양심에 거리낌 없이 그렇게 두 사람을 사랑 할 수 있고 그리고 모두에게 충실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 후훗 그러나 안다..욕심일 뿐이라는 것을…감독의 연출의 변에서 한 말처럼..가질수 없는 것을 탐내는 인간의 욕심일 뿐이고, 결국 기훈에게 처럼 오래 기억될 악몽만이 남을 것이다. 그렇게 이기적인 사랑을 하는, 두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형사 기훈이 있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
“이기훈 행복하니? 나 보기만큼 쿨한 여자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가희는 사실 무척 쿨해 보인다. 영화 볼때 내옆에 앉아 내내 인터리어 멋지다고 중얼거리면서 내 신경을 곤두서게 했던 옆자리의 아저씨가 반할 정도로(ㅡㅡ;) 인테리어가 정말 멋진, 그리고 전망도 좋은 집 거기다가 욕조라 하기엔 너무나도 커 거의 풀이라 불러도 될만한 욕조가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있고 재즈 가수로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운듯 한데다가 유부남과의 격렬한 잠자리뒤에도 그닥 징징거리며 매달리지도 않는 아주 쿨하게 즐길 줄 아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희는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원하는거 없어! 훼방놓을 생각없다구!”라며 소리치지만 그렇게 쿨하게 살아가는듯 하지만 수현은 점점 두려워진다. 기훈을 더 이상 보내고 싶지 않다. 이미 가희는 기훈에게 중독되어 버렸다.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로…그녀는 할 수 있는 한 기훈과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을 뿐이다. 그의 아기를 낳고 싶고 그의 마음을 갖고 싶다. 그런 그녀에게 비밀이 있었다. 사랑하는 또 한 사람… 둘 중의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수 밖에 없음을 알았던 것일까…아니면 기훈에게 너무 중독되어 벗어나고 싶었을까…결국 가희는 기훈에게 있어 팜프파탈이 되어버린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망쳐버리는 악녀가 된다. 그렇게 사랑에 중독 되어가는 여자 가희가 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
“저만 열심히 하면 모두를 사랑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모두를 사랑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수현에게는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순종적인 아내, 자신의 남편과 동창 가희가 만나는 걸 알고 있기에 더 괴로운 그녀…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 위해서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는 그녀였다. 한 사람을 지독히 사랑하는 그녀가 ‘그 사람’을 잡아두는 방법은 두 사람에게 모두 잘하는 것이었다. 

“가희야 넌 이렇게 사는게 괜찮아?” 수현은 한 사람에게 집착하고 있다. 집착하기 때문에 눈을 돌릴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도 두렵고 괴로운 일이다. 이미 엇나가기 시작한 사랑을 계속 지속해 왔지만 이제 그 한계를 그녀도 조금씩 느끼고 있다..그래서 그녀는 두렵고 괴롭다… 집착하는 수현… 어쩌면 오히려 가희보다 더 악녀일지도 모르겠고, 떠나가버리려는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비련의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 반전의 핵심이 되는 인물이긴 했지만, 실제로 극중에선 캐릭터가는 약했던것 같다. 반전을 의식해서인지 수현의 사랑의 모습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확실히 좀 약했다. 어째꺼나…한 사람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여자 수현이 있다. 
한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
“당신은 그런 적 없나요 같이 사는 사람이 견딜 수 없어지는…”

사랑이라는게..결혼이라는게 뭘까…경희에게 있어서 결혼은 어찌된일인지 축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래도록 같이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남자가 견디기 힘들어질 때…그녀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그렇게 싫은 사람의 아이를 베고 몰래 지우고를 반복 한다. 그런 견디기 힘든 남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너무나도 힘든일 일것이다. 

경희의 남편이 살해 당한다. 그토록 싫었던 남편이 죽었을때 기분이 어땠을까…싫었던 사람이 죽어서 속이 시원했을까 아니면 그래도 슬펐을까…도저히 그녀의 생각을 읽어낼 수는 없지만 어째꺼나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차분해 보인다. 이미 남편에게 버려진듯한 기분으로 살아가던 경희 그리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려 버려지는 남편..버려지는 기분…잊혀지는 기분…그 남편은 죽음이 임박한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경희의 견디기 힘들었던 그 기분과 비슷했을까? 

“사랑했다면 괜찮은 건가요?”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거기엔 스릴도 있고 재미도 있고 즐거움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넘지말아야 할 선에 다가간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기훈은 마지막에 경희에게 묻는다. “그 사람 사랑했나요?” 경희는 “사랑했다면 괜찮은 건가요?” 라고 반문한다. 경희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경희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건조해 보이면서도 묘한 관능이 숨겨져 있는 듯한, 경희… 그렇게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하며 함께 있는 견디기 힘든 결혼생활을 하는 경희가 있다.
 
변혁감독은 ‘가실 수 없는 것일수록 탐을 내는 인간의 욕심과 모든 욕심에 예 외없이 따르는 댓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라고 말한다. 기훈의 대사중 “모든 유혹은 재미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왜 피하겠는가?” 라고 홈페이지에 보면 나오던데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만…이 대사는 영화 속에서는 안 나온것 같다.(편집된건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 ㅡㅡ)하지만 이 대사처럼 재미있는 유혹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더 이 ‘욕심’과 ‘댓가’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갈 것 같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사랑 속에 잠재된 이기심과 욕심,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사랑이라는 한계를 인정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했다면…괜찮은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이 대사가 주홍글씨에서 보여주는 여러모양의 사랑에 대한 시니컬한 답변이자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지 유독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주홍글씨의 실제 원작은 간통,부정을 의미하는 Adultery의 머릿글자 A자를 가슴에 달고다니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이 원작도 금지한 것을 소망하는 인간의 잠재된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어떤게 진짜 사랑이고 어떤게 욕심인지..그것은 지나봐야 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안타깝다… 

가슴절절하고 치가 떠릴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영화속에 나타나는 묘한 뉘앙스에 공감하면서 다시 한번 가슴절절하거나 치가 떨렸으리라. 애초부터 인간의 사랑은 그런 것이리라…그 놈의 욕심때문에 애초부터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 사랑이 그리운 것은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겠지… ㅡㅡ
 

그렇다면 정말…사랑했다면…정말 괜찮은 걸까…


p.s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고인이 된 이은주를 다시 한번 추억해본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가기엔 참 아까운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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